아이의 키는 유전이 전부일까요?
키와 유전의 관계
부모의 키가 작으면 아이도 반드시 작을까요?
반대로 부모가 크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크게 자랄까요?
아이의 키를 결정하는 데 유전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키는 하나의 유전자만으로 정해지는 단순한 특징이 아닙니다. 수많은 유전적 요인과 영양, 질병, 호르몬, 출생 환경, 사춘기 시기 같은 여러 조건이 함께 작용해 최종 키가 결정됩니다.
따라서 아이의 키는 유전의 영향을 크게 받지만, 유전만으로 완전히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핵심부터 살펴보면
아이의 키에는 유전적 영향이 크게 작용합니다.
그러나 유전은 아이가 도달할 수 있는 키의 범위와 성장 양상에 영향을 주는 것이지, 태어날 때 최종 키를 정확한 숫자로 확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자신의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실현하려면 적절한 영양, 건강한 수면과 활동, 정상적인 호르몬 기능, 만성질환의 관리가 함께 필요합니다.
키는 여러 유전자가 함께 만드는 특징입니다
키는 눈동자 색처럼 한두 개의 유전자로 간단히 결정되지 않습니다. 여러 연구에서는 키를 수많은 유전자가 조금씩 영향을 주는 다유전자 형질로 설명합니다.
각 유전자는 뼈와 연골의 성장, 성장판의 기능, 성장호르몬과 인슐린유사성장인자-1의 작용,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기 등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작은 영향들이 합쳐져 아이마다 서로 다른 성장 속도와 최종 키가 나타납니다.
미국 국립의학도서관의 유전정보 자료에서는 사람들 사이의 키 차이 가운데 약 80%가 유전적 차이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합니다. 쌍둥이와 가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경제적·영양적 환경이 비교적 양호한 집단에서는 키의 유전력이 대체로 높게 관찰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80%는 한 아이의 키 중 80%는 유전이고 20%는 환경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유전력은 특정한 인구집단과 환경에서 나타나는 사람들 사이의 키 차이를 통계적으로 설명하는 개념입니다. 따라서 한 아이의 최종 키를 “유전 80%, 생활관리 20%”처럼 나누어 계산할 수는 없습니다.
유전은 키의 가능성을 만들고, 환경은 그 가능성의 실현에 영향을 줍니다
아이의 성장 과정을 이해할 때는 유전을 일종의 성장 가능성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적 특성은 아이가 어느 정도의 키로 자랄 가능성이 있는지, 성장 속도가 빠른 편인지 느린 편인지, 사춘기가 일찍 또는 늦게 시작될 가능성이 있는지에 영향을 줍니다.
그러나 실제 성장 과정에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함께 작용합니다.
- 태아기의 성장 환경과 출생 상태
- 충분한 에너지와 단백질, 비타민 및 무기질 섭취
- 성장호르몬과 갑상선호르몬 등 내분비 기능
- 만성적인 소화기·심장·폐·신장질환의 유무
- 반복되는 심한 감염이나 만성 염증
-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기와 진행 속도
- 장기간 사용하는 일부 약물
- 심각한 심리사회적 스트레스와 돌봄 환경
세계보건기구는 영양 부족, 반복적인 감염과 불충분한 돌봄 환경이 아이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영양과 감염 환경이 좋지 않은 집단에서는 유전적 차이보다 환경이 키 차이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즉, 좋은 생활습관이 유전자를 바꾸는 것은 아니지만, 성장에 불리한 환경 때문에 아이가 자신의 성장 가능성에 도달하지 못하는 일을 줄여줄 수는 있습니다.
부모의 키로 아이의 키를 알 수 있을까요?
진료에서는 부모의 키를 이용해 아이의 중간부모키 또는 표적키를 계산하기도 합니다.
흔히 사용하는 계산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남아의 표적키(아버지 키 + 어머니 키 + 약 13cm) ÷ 2
여아의 표적키(아버지 키 + 어머니 키 - 약 13cm) ÷ 2
미국 소아내분비학회 자료에서도 부모의 평균 키를 이용한 표적키 계산법을 성장평가에 활용하도록 안내합니다.
하지만 이 숫자는 아이의 최종 키를 확정하는 예언값이 아닙니다. 부모 키를 바탕으로 기대되는 성장 범위를 대략 살펴보는 참고자료일 뿐입니다.
형제자매도 서로 키가 다를 수 있고, 사춘기의 시작 시기나 성장 속도, 질병과 영양 상태에 따라서도 실제 최종 키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계산해 보니 170cm이므로 반드시 170cm가 된다”거나 “표적키보다 무조건 몇 cm 더 키울 수 있다”라고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부모가 작으면 아이의 성장도 포기해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부모의 키가 작으면 아이의 표적키도 상대적으로 낮게 계산될 가능성이 있지만, 그것만으로 현재 아이의 성장이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성장평가에서 더 중요하게 살펴봐야 하는 것은 아이가 자신의 성장곡선을 안정적으로 따라가고 있는지입니다.
예를 들어 키가 또래보다 작더라도 매년 적절한 속도로 성장하고, 부모의 키와 사춘기 시기를 고려했을 때 예상 범위 안에서 자란다면 정상적인 가족성 저신장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현재 키가 평균 범위 안에 있더라도 성장 속도가 갑자기 느려지거나 성장곡선의 백분위가 계속 떨어진다면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의 성장표 역시 한 번 측정한 키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따른 키와 체중의 변화를 추적해 아이가 적절하게 성장하는지를 평가하는 데 사용됩니다.
잠을 많이 자고 운동하면 유전보다 더 클 수 있을까요?
수면과 신체활동은 아이의 전반적인 건강, 체중 조절, 뼈 건강과 정상적인 발달에 중요합니다. 그러나 건강한 아이가 특정 운동을 하거나 잠을 더 오래 잔다고 해서 유전적으로 예상되는 키를 일정하게 몇 cm 더 키울 수 있다는 근거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운동 중 성장호르몬 분비가 증가할 수는 있지만, 이것이 곧 특정 운동이 최종 키를 직접 증가시킨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운동과 성장에 관한 문헌에서도 정상적인 신체활동은 성장과 건강에 필요하지만, 일반적인 운동이 건강한 아이의 최종 키를 뚜렷하게 늘린다고 단정할 근거는 제한적입니다.
수면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장호르몬은 특히 깊은 수면과 관련해 분비되지만, 수면시간을 늘리는 것만으로 최종 키가 더 커진다는 직접적인 연구 근거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다만 수면 부족이 지속되면 식습관, 체중, 신체활동, 정서와 전반적인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나이에 맞는 규칙적인 수면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영양제를 먹으면 유전 키를 넘어설 수 있을까요?
특정 영양소가 부족한 아이에게 결핍을 교정하는 것은 정상적인 성장과 건강에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전체 섭취 열량이나 단백질이 부족하거나, 비타민과 무기질 결핍이 심한 경우에는 성장에 불리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영양 상태가 나빴던 아이가 충분한 영양과 치료를 받으면 따라잡기 성장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결핍이 없는 건강한 아이가 칼슘, 아연, 비타민 또는 단백질 보충제를 추가로 먹는다고 해서 유전적으로 예상되는 키를 넘어 더 크게 자란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영양은 많이 먹이는 것보다 부족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의 성장을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성장속도입니다
아이의 성장 상태는 한 번 잰 키만으로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키가 몇 백분위인지, 지난 6개월에서 1년 동안 몇 cm 자랐는지, 이전 성장곡선과 비교해 속도가 떨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부모의 키와 비교했을 때 예상 범위에 있는지, 사춘기가 적절한 시기에 시작되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단순히 유전 때문이라고 넘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 성장곡선이 이전보다 계속 아래로 내려가는 경우
- 일정 기간 동안 키가 거의 자라지 않는 경우
- 부모의 키로 예상한 범위보다 현저히 작은 경우
- 체중 증가도 함께 부진한 경우
- 두통, 시야 이상, 심한 피로,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
- 사춘기가 지나치게 빠르거나 늦은 경우
- 장기간 스테로이드 계열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
성장호르몬 결핍을 포함한 일부 질환에서는 아이의 성장속도가 느려지거나 성장곡선이 평평해지는 모습이 먼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유전은 아이가 가지고 태어난 성장의 설계도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설계도가 있다고 해서 건물이 언제나 똑같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충분한 재료와 적절한 환경이 필요하고, 성장 과정에 방해가 되는 질환이 없는지도 중요합니다.
좋은 수면과 영양, 운동은 아이의 키를 마법처럼 늘리는 방법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성장 가능성을 건강하게 실현하도록 돕는 기본 조건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부모가 기억해야 할 핵심
아이의 키는 유전의 영향을 크게 받지만 유전만으로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부모의 키로 계산하는 표적키는 대략적인 참고범위이지, 아이의 최종 키를 확정하는 숫자가 아닙니다.
특정 음식, 영양제, 운동이나 수면법으로 유전적 키를 몇 cm 더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은 현재 근거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성장을 평가할 때는 현재 키보다 일정 기간 동안의 성장속도와 성장곡선의 변화가 더 중요합니다.
아이의 성장을 돕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충분하고 균형 잡힌 영양, 규칙적인 수면과 신체활동을 유지하고, 성장속도가 떨어질 때 원인이 되는 질환이 없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성장은 단순히 영양제를 먹어서, 잠을 재워서 한두가지 집중한다고해서 잘크는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영양, 수면, 건강, 유전적 요인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해야하는 문제입니다. 누군가 어떤 영양제를 먹고 키가 컸다고해서 우리아이도 같은 방식으로 클수있는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합니다.
성장관리는 주기적으로 아이의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줄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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